의지력만 강하면 나쁜 습관을 끊을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고, 수년간 믿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술과 담배, 나쁜 음식이 몸을 망가뜨린다는 걸 알면서도 11년 동안 끊지 못했습니다. 결국 호흡기 질환과 각종 질병이 겹쳐 몸이 완전히 바닥으로 떨어졌을 때야 비로소 멈출 수 있었습니다. 의지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뇌가 작동하는 방식의 문제였습니다. 뇌 구조를 모르면 의지력은 언제나 진다일반적으로 나쁜 습관을 못 고치는 건 의지력이 부족해서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완전히 틀린 진단입니다. 의지력이 약해서가 아니라, 습관이 저장되는 뇌 부위 자체가 의지력이 개입할 수 없는 곳이기 때문입니다.여기서 핵심은 기저핵(Basal Ganglia)입니다. 기저핵이란 뇌 깊은 곳에 자..
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이걸 몰랐습니다. 긴장하면 생각을 바꾸면 된다고, 그래서 "괜찮아, 잘 될 거야"를 수십 번 되뇌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어깨는 여전히 돌덩이처럼 굳어 있었죠. 왜 몸은 마음이 말을 걸기도 전에 먼저 굳어버리는 걸까요. 뇌과학과 심리학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그 이유를 제대로 들여다봤습니다.편도체가 먼저 울리는 경보 — 투쟁-도피 반응의 실체제가 발표를 앞두고 회의실 문 앞에 서 있을 때, 아직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았는데 어깨가 귀 쪽으로 올라가 있었습니다.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뇌과학을 들여다보고 나서야 납득이 됐습니다. 몸이 먼저 반응하는 건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뇌가 설계된 방식 그대로 작동하고 있었던 겁니다.긴장 상황에서 가장 먼저 움직이는 건 편도체(Amygdala..
우리 뇌는 몸무게의 2%밖에 안 되지만 전체 에너지의 20% 이상을 씁니다. 그래서 뇌는 어떤 행동이든 한번 익혀두면 자동으로 돌리려 합니다. 그 행동이 나를 망가뜨리는 것일지라도요. 저도 오랫동안 이 사실을 몰랐습니다. 어두운 환경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칠수록 비슷한 불행이 다른 얼굴로 찾아왔고, 그때마다 저는 그냥 운이 나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반복 강박 — 의지 문제가 아닙니다"나는 왜 이렇게 의지가 약할까." 다이어트, 공부, 관계, 직장. 영역은 달라도 이 자책은 누구에게나 익숙합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수년 동안 이걸 의지의 문제로만 봤습니다. 그래서 더 독하게 마음을 먹었고, 더 크게 무너졌습니다.정신분석학에서는 이 현상을 반복 강박(Repetition Compulsion)..
특별한 일이 없는데도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거나 어깨와 목이 뻣뻣해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으신가요? 또는 오래전에 지나간 일을 떠올렸을 뿐인데 심장이 빨라지고 몸이 긴장되는 순간을 겪기도 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은 "몸이 스트레스를 기억한다"라고 표현합니다. 실제로 몸이 기억을 저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과거의 경험이나 미래에 대한 걱정이 뇌의 경보 시스템을 활성화하면 몸은 실제 위기 상황과 비슷한 반응을 다시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몸의 변화를 감정으로 해석하기 때문에 마치 몸이 스트레스를 기억하는 것처럼 느끼게 됩니다. 궁금한 점핵심 내용몸이 기억하는가?몸 자체가 기억을 저장하기보다 뇌가 이전 경험과 연결된 신체 반응을 다시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왜 긴장하는가?편도체가 위기 상..
정신과 외래 환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진단명이 불안 장애입니다. 그런데 그 처방전에 심장약이 들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처음 이 이야기를 접했을 때 저는 뭔가 잘못 읽은 줄 알았습니다. 불안한데 심장약이라니. 그런데 알고 보니, 이게 불안감의 본질을 꿰뚫는 핵심이었습니다.편도체 활성화가 만들어내는 몸의 변화불안감을 없애려고 "걱정하지 말자"고 스스로를 다독인 적이 있으십니까? 저는 수도 없이 해봤습니다. 그런데 그게 왜 안 되는지, 이제는 설명할 수 있습니다.불안, 두려움, 분노, 짜증. 이것들이 제각각 다른 감정처럼 느껴지지만, 뇌과학적으로 보면 그 실체는 단 하나입니다. 바로 편도체 활성화(Amygdala Activation)에 따른 신체 변화입니다. 여기서 편도체 활성화란, 뇌..
수면이 부족한 다음 날, 이유 없이 기름지고 단 음식만 당기는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는 오랫동안 그게 단순한 식탐인 줄 알았습니다. 실제로는 뇌가 수면 부족을 비상사태로 인식하고 고칼로리 음식을 향해 손이 가도록 정교하게 조종하고 있었던 겁니다. 잠과 식욕 사이에는 생각보다 훨씬 긴밀한 과학적 연결고리가 있습니다.잘 때 뇌가 스스로를 청소한다 — 글림프계의 진실밤을 새운 다음 날이면 머리가 안개 낀 것처럼 멍하고, 유독 판단력이 흐려진다는 느낌을 받으신 적 있으신가요? 저도 야근을 반복하던 시절에 그 감각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단순한 피로감이 아닐 수 있습니다.뇌에는 글림프계(Glymphatic System)라는 전용 청소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여기서 글림프계란, 몸의 다른 부위를 순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