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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ADHD 관련 강연을 보다가 갑자기 눈물이 났습니다. 처음엔 그냥 정보용으로 틀었는데, 특징을 하나씩 읊는데 전부 제 이야기였습니다. "말이 빠르다, 주제가 자주 바뀐다, 상대방 말을 끊는다." 체크할 때마다 속으로 '맞다, 맞다'를 반복하다가 어릴 때 들었던 말들이 한꺼번에 떠올랐습니다. "왜 이렇게 칠칠맞니." 그 말을 저는 수십 년간 믿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성격이 아니었습니다.

성격 차이인가, 질병인가 — 직접 부딪혀 본 결론
일반적으로 ADHD를 두고 "그냥 산만한 성격"이라거나 반대로 "반드시 치료해야 할 뇌 질환"이라는 두 가지 극단이 있습니다. 심리상담을 공부하기 전까지 저도 이 두 극단 사이 어딘가에서 헷갈렸습니다. 직접 공부하고, 당사자로서 살아보고 나서야 이 프레임 자체가 질문을 너무 단순하게 만들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최근 연구들은 ADHD를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의 관점으로 설명합니다. 신경다양성이란 사람마다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이 다르며, 이 차이 자체는 결함이 아니라 인간 집단의 다양성이라는 개념입니다. 토머스 암스트롱(Thomas Armstrong)은 저서 《신경다양성의 힘(The Power of Neurodiversity)》에서 자연계에 생물다양성이 필요하듯 인류 사회에도 신경학적 다양성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합니다. 저는 이 관점이 처음엔 낯설었는데, 생각해보면 수렵채집 시대에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탐색하고 충동적으로 행동하던 사람이 오히려 뛰어난 탐험가였을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그렇다고 ADHD가 아무 어려움도 없는 단순한 개성이냐 하면, 그것도 제 경험상 정확한 말이 아닙니다. 의학에서 '장애(Disorder)'라는 이름을 붙이는 기준은 성격이 아니라 기능 저하입니다. 실행 기능(Executive Function)이라는 개념이 여기서 핵심인데, 실행 기능이란 계획을 세우고, 시작하고, 감정을 조절하고, 시간을 감각하는 뇌의 관리 능력을 말합니다. ADHD는 바로 이 실행 기능 전반에 영향을 줍니다. 저도 아이디어는 넘치는데 마무리가 너무 어려웠고, 시작 자체가 안 되는 날이 있었습니다. 그걸 오랫동안 "내가 게으른 탓"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뇌의 실행 기능이 일정하게 작동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결정적으로 같은 ADHD 성향이라도 어떤 환경이냐에 따라 전혀 다른 사람이 됩니다. 학교처럼 오래 앉아서 반복하는 구조에서는 약점이 부각되고, 창의성과 순간 집중이 필요한 환경에서는 강점이 됩니다. 하이퍼포커스(Hyperfocus)라는 특성이 대표적인데, 이는 관심 있는 분야에서 외부 자극을 완전히 차단하고 극도로 몰입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저 역시 시험 기간이나 마감기간에는 새벽부터 밤까지 밥도 귀찮을 정도로 공부한 경험이 있습니다. 집중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집중의 방향을 조절하는 것이 어려운 것입니다.
- ADHD는 성격 결함이 아니라 신경다양성의 한 형태로 볼 수 있습니다
- '장애'라는 진단 기준은 뇌의 실행 기능이 일상 기능을 지속적으로 방해할 때 적용됩니다
- 하이퍼포커스처럼 ADHD의 강점은 맞는 환경에서 비로소 드러납니다
- 같은 특성도 환경 설계에 따라 약점이 되기도, 강점이 되기도 합니다
뇌 특성을 알고 나서 바뀐 것 — 자기이해가 먼저였습니다
강연에서 "ADHD 뇌는 리모컨 없는 TV와 같다"는 비유를 들었을 때, 저는 그냥 설명이 잘 됐다고 넘길 수가 없었습니다. 채널이 없는 게 아닙니다. 채널은 30개나 있습니다. 문제는 원하는 채널로 쉽게 바꿀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 비유를 들으면서 제 인생 전체가 떠올랐습니다. 해야 하는 일은 있는데 다른 생각이 갑자기 치고 들어오고, 그 생각이 또 다른 생각으로 연결되고, 밖에서 보면 산만해 보이는 그 상태 말입니다.
말이 빠른 이유도 그때 처음 제대로 이해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말이 빠른 사람은 그냥 급한 성격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그것과 다릅니다. ADHD에서는 전두엽(Frontal Lobe)의 조절 기능, 즉 충동 억제와 행동 조정을 담당하는 뇌의 앞부분이 약하게 작동할 수 있습니다. 생각과 말 사이의 브레이크가 얇은 것입니다. 머릿속에서는 이미 다음 아이디어가 솟구치는데, 입은 아직 첫 번째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말이 빨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저도 예전부터 "말 너무 빠르다", "결론부터 말해"를 입버릇처럼 들었는데, 그게 성격이 아니라 작업 기억(Working Memory) 때문일 수 있다는 걸 알고 나서 완전히 다르게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작업 기억이란 방금 들은 정보나 생각을 머릿속에 잠깐 붙잡아 두는 능력을 말하는데, 이게 약하면 지금 떠오른 생각을 놓칠까 봐 상대방 말이 끝나기 전에 끼어드는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자기를 탓하지 않게 됐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나는 왜 이것도 못할까"라는 말을 정말 자주 했습니다. ADHD 성향 아이들이 반복해서 듣는 말, "왜 이렇게 산만하니", "의지가 부족하다"가 쌓이면 낮은 자존감과 수치심으로 자리 잡는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출처: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NIMH)). 성인이 된 뒤 우울이나 불안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 이유 중 하나가 이런 반복된 부정적 경험이라는 것도 이제는 이해가 됩니다. 저 역시 그랬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 저는 뇌를 억지로 바꾸려 하지 않습니다. 대신 제 뇌가 잘 돌아가는 환경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아침에 해야 할 일은 딱 세 가지만 적습니다. 예전 같으면 열 가지를 다 적고 하나도 못 끝냈겠지만, 지금은 세 가지를 끝냈을 때의 완료감이 다음 날도 루틴을 이어가게 만들어 줍니다. 말할 때는 "잠깐 생각 정리하고 말씀드릴게요" 같은 브릿지 멘트를 의식적으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작은 변화인데 대화가 훨씬 편안해졌습니다. 도파민(Dopamine)과 노르아드레날린(Noradrenaline), 즉 집중력과 동기 조절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의 대사 방식이 다르게 작동한다는 걸 알고 나서는 규칙적인 운동과 수면이 왜 중요한지도 납득이 됐습니다(출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약물치료가 필요한 분들에게는 그게 삶의 질을 크게 높여줄 수 있지만, 저에게는 생활 습관을 하나씩 바꾸는 것이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었습니다.
ADHD는 약물치료가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지만, 최근에는 인지행동치료, ADHD코칭, 규칙적인 운동, 명상, 수면 관리, 루틴 만들기 등을 함께 활용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ADHD는 어릴 때만 있는 거 아닌가요?
A. 일반적으로 ADHD는 아이들 문제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잉 행동이 줄어들어 겉으로 덜 드러날 뿐, 집중 조절과 실행 기능의 어려움은 성인기에도 이어집니다. 미국 NIMH에 따르면 아동기 진단자의 상당수가 성인기에도 증상을 경험합니다.
Q. ADHD인데 특정 분야에서는 엄청 집중되는 건 왜 그런 건가요?
A. 이게 바로 하이퍼포커스(Hyperfocus) 현상입니다. ADHD는 집중력이 아예 없는 게 아니라 주의를 원하는 방향으로 조절하는 것이 어려운 특성입니다. 관심과 흥미가 강하게 붙으면 오히려 주변 자극을 완전히 차단하고 극도로 몰입하는 상태가 나타납니다. 저도 이 현상이 왜 생기는지 알고 나서야 제 자신을 좀 더 이해하게 됐습니다.
Q. 약 안 먹고 ADHD 관리가 가능한가요?
A. 약물치료가 필요한 분들에게는 각성제 계열 약물이 도파민과 노르아드레날린을 활성화해 약 80%에서 효과를 보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약물만이 유일한 방법은 아닙니다. 저의 경우엔 규칙적인 운동, 수면 루틴, 메모 습관, 마음챙김 등 생활 습관의 조합이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었습니다. 사람마다 필요한 방법은 다르므로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Q. ADHD가 있으면 대화할 때 상대방이 불편하지 않을까요?
A. 솔직히 이 부분은 제가 가장 오래 고민했습니다. 말이 빠르고, 주제가 튀고, 상대 말을 끊는 습관이 있으면 상대방이 불편할 수 있다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유를 알고 나면 훈련이 가능합니다. 저는 "잠깐 생각 정리하고 말씀드릴게요" 같은 브릿지 멘트와 핵심어 메모 습관을 쓰기 시작했고, 대화가 실제로 편안해졌습니다. 이유를 모를 때보다 훨씬 덜 자책하면서 개선할 수 있었습니다.
결론
ADHD를 공부하면서 제가 얻은 가장 큰 것은 집중력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고장 난 사람이 아니라, 설명서를 늦게 찾은 사람이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평생 게으르고 칠칠맞다고 스스로를 믿으며 살았는데, 그게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뇌가 작동하는 방식의 차이였다는 걸 알게 된 순간 뭔가 많이 풀렸습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가?"를 묻는 대신 "내 뇌는 어떤 환경에서 가장 잘 살아나는가?"를 묻는 것, 그게 제 삶을 바꾼 질문입니다. ADHD를 이해하고 싶은 분, 혹은 주변에 비슷한 특성을 가진 사람이 있는 분 모두에게 이 질문을 먼저 던져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NIMH) — ADHD /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 ADHD Factshomas Armstrong, The Power of Neurodiversity (신경다양성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