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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처음엔 저도 ADHD를 그냥 '집중 못 하는 병' 정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직접 이것저것 직업을 바꿔보고, 여러 사람을 만나다 보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ADHD 성향이 있는 저 같은 사람이 자신에게 맞는 특정 환경에 놓이면, 오히려 남들보다 훨씬 강한 몰입력과 성과를 낸다는 걸 몸으로 느꼈거든요. 일반적으로 ADHD는 사회생활에 불리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단순히' 조건이 맞느냐 안 맞느냐'의 문제에 더 가깝습니다.

창의성: ADHD가 단점이 아닌 이유
일반적으로 ADHD는 충동성, 부주의, 과잉행동 세 가지를 핵심 증상으로 봅니다. 여기서 충동성이란 생각이 떠오르는 즉시 행동으로 옮기는 경향을 말하는데, 이게 제어가 안 되면 문제지만 창작 환경에서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보니, ADHD 성향이 있는 사람은(저 포함해서...) 생각의 단계를 몇 개씩 건너뛰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이건 원래 이렇게 해야 돼"라고 지키는 관습이나 절차를 그냥 무시해버리는 거죠. 솔직히 말하면 하나하나 거치는 것이 귀찮아서요... 예전에는 이런 제 모습을 보며 '내가 어릴 때 생각하고 표현하는 교육을 제대로 못 받아서 그런가'하고 스스로를 탓했습니다. 사실 저도 제가 남들과 다르다는 것조차 모르고 살다가, 나중에 인지상담을 공부하면서야 비로소 '사람들이 다 나와 같지는 않구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외부에서 볼 때 이런 특성은 뜻밖에도 '창의적이다'라는 평가로 이어지곤 했습니다. 방송에서 기안84가 마감 직전 방에 자기를 가둬놓고 작업에 폭발적으로 몰입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제 행동 구조가 딱 그 모습과 닮아 있었습니다.
관심 있는 대상에 한해서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극도로 집중하는 '과몰입(Hyperfocus)'특성도 마찬가지 입니다. 이것이 창작이나 연구처럼 깊은 몰입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문제는 이 과몰입이 관심 없는 일에는 아예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 불균형이 일상에서 마찰을 만들어낼 뿐입니다.
한국 성인 연간 독서량은 평균 3.9권으로, 성인의 60%는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출처: 문화체육관광부). 이 수치를 처음 봤을 때 저도 꽤 놀랐습니다. 그런데 ADHD 성향이 있는 사람 중에는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책을 많이 읽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호기심이 워낙 강하고, 관심사가 생기면 그쪽으로 파고드는 성질 때문입니다.
- ADHD의 핵심 증상: 충동성, 부주의, 과잉행동
- 과몰입(Hyperfocus): 관심 분야에서만 폭발적으로 발휘되는 집중력
- 관습을 무시하는 사고방식이 창작 분야에서는 강점으로 작용
- 강제된 독서보다 스스로 찾아 읽는 독서에서 더 큰 흡수력 발휘

과몰입과 벼락치기: 도파민이 트리거가 되는 사람들
ADHD를 가진 사람들이 미루는 건 게으름이 아닙니다. 도파민(Dopamine) 시스템의 문제입니다. 도파민이란 뇌에서 동기와 보상을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로, 이 수치가 낮으면 긴박감이 없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중요한 일이라도 뇌가 좀처럼 시동을 걸지 않습니다. 마감이 바짝 다가와야 비로소 집중이 폭발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사실 저는 제가 일을 딱히 미루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저 끝없이 밀려드는 일 때문에 늘 마감 직전까지 치여 살았던 것뿐이죠. 그리고 마감 하루 전날 무섭게 몰아쳐서 결국 어떻게든 끝내버리는 제 모습을 보며, '난 책임감과 의지력이 정말 강한 사람이구나.'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이 무서운 몰입과 폭팔력이 제 강한 의지 때문이 아니라, 뇌의 구조적인 반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의 그 기분이란.... 이걸 깨닫고 나서야 비로소 저 자신을 미친 듯이 몰아붙이던 죄책감과 중압감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성인 ADHD(Adult ADHD) 치료에서 약물 요법이 핵심이 되는 이유도 바로 이 도파민 시스템을 정상적으로 작동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사실 저희 어릴 적만 해도 '성인 ADHD'라는 진단명이나 개념 자체가 아예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학창시절에는 그저 '집중력이 조금 산만한 아이' '말이 빠른 아이' '정리정돈 못하는 아이' 라며 늘 혼나며 자라났고, 성인이 된 후에야 복잡한 사회생활과 마주치고 나서야 자신의 특성을 뒤늦께 깨닫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최근 국내에서도 성인 진단 건수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입니다(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미루는 습관이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다 ADHD는 아닙니다. 하지만 끝없는 일 속에서 늘 마감 직전에야 폭팔하듯 일하고, 그 미루기와 몰아치기가 직장 생활이나 일상에서 반복적인 과부하를 만든다면 한 번쯤 전문가 상담을 고려해볼 만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순수한 의지'나 '정신력'만으로 해결하려 할수록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자책감만 더 커지는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프리랜서·기업가: ADHD에게 맞는 일의 구조
ADHD 성향이 있는 사람이 유독 힘들어하는 환경이 있습니다. 회계처럼 원 단위까지 정확히 맞춰야 하는 업무, 상사 지시를 보고서로 옮기는 서포트 역할, 규율이 강한 공무원이나 군인 직종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주도성이 없기 때문에, 납득이 안 되는 일을 억지로 하다 보면 에너지 소진이 빠릅니다. 제가 직접 봐온 경우에도 이런 구조에서 오래 버티는 ADHD 성향의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반대로 ADHD가 빛나는 구조가 있습니다. 자기가 기획을 주도하거나,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낼 수 있는 환경, 또는 아예 자기 사업을 하는 경우입니다. 리처드 브랜슨은 난독증과 ADHD를 가졌고 학교도 16세에 중퇴했지만, 버진 그룹을 비롯해 한때 80개 가까운 기업을 운영했습니다. 마이클 펠프스도 ADHD를 스스로 공개한 올림픽 최다 금메달리스트입니다. 이들이 공통으로 가진 것은 자기가 열중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았다는 점입니다.
고기능 ADHD(High-functioning ADHD)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의학적 공식 용어는 아니지만, ADHD 증상이 있으면서도 일상 기능을 어느 정도 유지하며 살아온 성인을 가리키는 표현입니다. 외출하다가 차 키를 두고 나오고, 약속에 습관적으로 늦고, 중요한 걸 빠뜨리는 식의 사소한 문제는 있지만 큰 틀에서는 굴러가는 상태죠. 제 경험상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하면 잘하는데 안 해서 그래"라는 말을 어릴 때부터 달고 삽니다. 그 말이 칭찬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꽤 씁쓸한 말입니다.
현실적으로 당장 직업을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현재의 직장을 유지하면서 퇴근 후 남는 시간을 활용해보는 방안이 훤씬 안전합니다. 오히려 정해진 출퇴근 스케줄이 있는 직장 생활이 오히려 ADHD의 불규칙한 생활 패턴을 잡아주는 훌륭한 '안전장치'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요새는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 덕분에 직장을 다니면서도 투잡이나 프리랜서 작업을 병행하기도 예전보다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ADHD가 있으면 공부를 못하는 건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ADHD가 있다고 해서 지능이 낮거나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닙니다. 관심 없는 분야에서는 집중이 어렵지만, 관심 있는 분야에서는 과몰입에 가까운 집중력을 발휘합니다. 일반적으로 ADHD는 성적이 나쁜 학생의 문제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오히려 특정 분야에서 남들보다 훨씬 빠르게 흡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ADHD에 잘 맞는 직업이 따로 있나요?
A. 예술, 기자, 응급의학, 기업가, 프리랜서 등 자기 주도성이 높고 즉각적인 피드백이 있는 직종이 잘 맞는다고 봅니다. 반대로 회계처럼 세밀한 정확도가 요구되거나, 상급자 지시를 그대로 보고서로 옮기는 서포트 역할은 구조적으로 맞지 않아 소진이 빠릅니다.
Q. 미루는 습관이 심한데 ADHD인가요?
A. 미루는 행동 자체가 ADHD의 지표는 아닙니다. 하지만 마감이 가까워져야만 집중이 되고, 미루는 패턴이 인간관계나 직장에서 반복적으로 문제를 만든다면 전문가와 상담해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도파민 시스템의 문제일 수 있고, 이건 의지로 억지로 고치기보다 구조적으로 접근하는 게 효과적입니다.
Q. ADHD인데 지금 직장을 당장 그만둬야 할까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직장의 정해진 스케줄이 ADHD의 생활 패턴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지금 직업이 맞지 않는다고 느껴진다면, 퇴근 후 시간을 활용해 자기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무언가를 병행하면서 천천히 방향을 잡아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 안전합니다.
결론
ADHD는 환경과 맞지 않는 것이지, 그 사람 자체가 결함이 있는 게 아닙니다. 제가 여러 경험을 거치면서 내린 결론은 하나입니다. 스스로를 어떤 환경에 놓느냐에 따라 ADHD라는 특성은 무거운 '짐'이 되기도하고, 남들과 다른 강력한 '무기'가 되기도 합니다. 지금 당장 모든 것을 바꿀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있는 자리에서 내 강점이 쓰일 수 있는 작은 공간부터 조금씩 만들어가는 것, 그게 제가 생각하는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입니다. ADHD라는 진단명이나 프레임에 갇혀 스스로의 한계를 규정짓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자신의 특성을 인정함과 동시에 적절한 구조를 만들어주는 '균형'이야말로 ADHD를 대하는 가장 건강한 시각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균형'을 잡아가며 나만의 페이스를 찾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참고:
- 토머스 암스트롱(Thomas Armstrong), 《신경다양성의 힘(The Power of Neurodiversity)》
- 에드워드 M. 할로웰(Edward M. Hallowell), 존 J. 레이티(John J. Ratey), 《Driven to Distraction》
- 러셀 A. 바클리(Russell A. Barkley), 《Taking Charge of Adult ADHD》
- Jessica McCabe, TEDxBratislava – Failing at Normal: An ADHD Success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