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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노래는 왜 들어도 질리지 않을까?

미랄 2026. 9. 21. 12:12

목차


    이상하게 한 곡에 꽂히는 때가 있습니다.

    다른 노래를 들으려고 했다가도
    다시 그 곡을 누릅니다.

    이미 오늘만 몇 번째인지 모르는데
    또 듣습니다.

    그런데 왜 안 질릴까요?

    음식은 같은 걸 며칠 먹으면 물리고,
    재미있던 영상도 여러 번 보면 시들해지는데
    노래는 조금 다릅니다.

    한동안 잊고 있던 노래가 우연히 흘러나올 때도 그렇습니다.

    첫 몇 초만 들려도
    생각보다 마음이 먼저 알아봅니다.

    ‘아, 이 노래.’

     

    들을수록 좋아지는 것도 있을까

    보통은 반복하면 질린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찾아보니 음악에서는 반대 방향의 현상도 꽤 오래 연구되어 왔습니다.

    한 연구에서는 사람들에게 처음 듣는 음악 여러 곡을 4주 동안 매일 한 번씩 들려주었습니다.

    곡이 단순하든 복잡하든, 들을수록 좋아하는 정도가 조금씩 올라갔습니다. 15명이 참여한 작은 연구이긴 합니다.

    제가 흥미롭게 본 건 그다음이었습니다.

    좋아하는 정도를 가장 잘 설명한 것은 몇 번 들었느냐보다
    ‘예전에 이런 스타일의 음악을 얼마나 들어봤느냐’였다고 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좋다’고 느끼는 것 중 꽤 많은 부분이
    ‘이미 안다’는 감각과 붙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끝없이 반복하면 결국 질리기도 합니다. 다른 연구들에서는 그런 경우도 관찰됐고요.

    곧 그 부분이 나온다는 걸 알 때

    좋아하는 노래를 하나 떠올려봅니다.

    전주가 시작되면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어디서 목소리가 들어오는지,
    어디서 후렴이 터지는지,
    어느 가사 다음에 어떤 멜로디가 오는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 가까워지면
    아직 나오지도 않았는데 마음이 먼저 기다립니다.

    처음 듣는 노래에서는 이게 안 됩니다.

    저는 여기서 조금 이상한 점이 보였습니다.

    다 알고 있는데, 왜 기다리는 게 즐거울까.

    한 실험에서는 처음 듣는 노래를 한 번 더 들려주었더니
    익숙하다고 느낄수록 즐거움도 함께 커졌습니다.

    연구자들은 익숙함이 다음을 예상하게 해주는 것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이 반복 청취 실험의 참가자는 7명이라, 가능성 정도로 읽는 편이 맞겠습니다.

    ‘이제 그 부분이 나온다.’

    그리고 정말 나옵니다.

    알고 있는데도 좋은 것.

    즐거움의 일부는 어쩌면
    기다림과 도착 사이 어딘가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어떤 노래는 장소를 데려옵니다

    오래 듣지 않던 노래가 흘러나오면
    노래보다 먼저 다른 것이 돌아올 때가 있습니다.

    학교 가던 길.
    여행했던 도시.
    누군가와 함께 있던 시간.

    그때의 공기나 계절까지 같이 올 때도 있습니다.

    찾아보니 이것도 연구되고 있었습니다.

    2023년 한 연구에서 20대 성인 100명에게 익숙한 음악과 낯선 음악을 들려주었더니, 익숙한 음악이 세 배 가까이 많은 개인적인 기억을 불러왔고 기억이 떠오르는 속도도 더 빨랐습니다.

    연구자들은 음악이 기억을 ‘담고’ 있다기보다
    이미 내 안에 있는 기억으로 가는 문을 여는 단서에 가깝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어떤 노래를 다시 틀고 싶은 날,
    듣고 싶은 게 노래만은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

    같은 노래가 다르게 들리는 날

    몇 년 전에는 멜로디만 들리던 노래가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일을 지나고 나서 다시 들으면
    가사 한 줄이 갑자기 마음에 걸립니다.

    노래는 그대로입니다.

    달라진 것은 듣는 사람입니다.

    지친 날, 늘 듣던 노래를 켜는 것

    새 노래를 찾아볼 기운조차 없는 날이 있습니다.

    추천 목록을 넘기는 것도 귀찮고
    그냥 늘 듣던 플레이리스트를 켭니다.

    처음 듣는 노래는 계속 따라가야 합니다.
    이게 어떤 노래인지, 좋은지, 다음엔 뭐가 나올지.

    익숙한 노래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지친 날에는 그 예상 가능함이 편하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날의 마음에 따라 꺼내는 노래가 다릅니다.

    내 감정을 누군가 알아줬으면 하는 날에는
    그 마음을 대신 말해주는 것 같은 노래를 찾고,

    기분이 좀 나아지고 싶은 날에는
    또 다른 노래를 꺼냅니다.

    생각해보면 그때 저는
    노래를 고르고 있었다기보다
    그날 필요한 마음을 고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음악을 찾는 이유는 다를 겁니다.

    나는 힘든 날 어떤 노래를 찾았는지,
    한번 떠올려보게 됩니다.

     

    플레이리스트에 남아 있는 것

    플레이리스트를 가만히 내려보면

    한동안 매일 듣던 노래가 있고,
    어느 시기가 지나며 자연스럽게 손이 안 가게 된 노래가 있고,
    몇 년이 지나도 이상하게 다시 돌아가는 노래가 있습니다.

    왜 좋은지 설명이 잘 안 되는 노래도 있습니다.

    익숙해서 편한 것인지,
    다음 소리를 알아서 즐거운 것인지,
    그 노래에 붙어 있는 어떤 시간 때문인지.

    아마 하나로 딱 나눠지지는 않을 겁니다.

    우리가 자꾸 돌아가는 노래에는
    어떤 마음이 들어 있을까요.

     

    오늘 가장 많이 들은 노래 한 곡을 떠올려보세요.

    그 노래의 어느 부분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그 노래를 처음 좋아하게 됐을 때
    나는 어디에 있었는지.


    참고자료
    Madison, G. & Schiölde, G. (2017). Repeated Listening Increases the Liking for Music Regardless of Its Complexity: Implications for the Appreciation and Aesthetics of Music. Frontiers in Neuroscience, 11, 147.
    van den Bosch, I., Salimpoor, V. N. & Zatorre, R. J. (2013). Familiarity mediates the relationship between emotional arousal and pleasure during music listening. Frontiers in Human Neuroscience, 7, 534.
    Jakubowski, K. & Francini, E. (2023). Differential effects of familiarity and emotional expression of musical cues on autobiographical memory properties. Quarterly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 음악에 대한 선호와 정서 반응에는 개인차가 큽니다. 본문의 연구 결과는 모든 사람이 익숙한 음악에 같은 방식으로 반응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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