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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사람 10명 중 4명이 느낀다는 감각

미랄 2026. 10. 13. 17:33

목차


    해야 할 일은 다 했습니다.

    밀린 연락에 답했고,
    익숙한 일을 마쳤고,
    내일 필요한 것도 챙겨 두었습니다.

    유난히 힘든 하루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저녁이 되면
    마음 한쪽이 비어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무엇을 더 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대로 하루를 끝내기는 조금 아쉽습니다.

    오늘 나는 무엇을 했지.

    분명 여러 일을 했는데,
    왜 별다른 것이 남지 않은 것 같을까요.



    할 일이 없어서만 지루한 것은 아닙니다

    지루함이라고 하면
    시간이 남아도는 모습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할 일이 있는 동안에도
    마음은 지루할 수 있습니다.

    익숙한 순서대로 일을 처리하고,
    필요한 대답을 하고,
    같은 과정을 반복합니다.

    손은 움직이고 있는데
    관심은 그 일에 닿지 않습니다.

    찾아보니 이런 경험을 다룬 글이 있더라고요.

    미국심리학회가 발행하는 《Monitor on Psychology》의
    2026년 9월 특집 기사입니다.

    기사는 이 상태를 러스트아웃이라고 부릅니다.

    번아웃과는 반대쪽에 있는 피로

    번아웃은 요구가 너무 많아서 생깁니다.

    러스트아웃은 반대입니다.

    요구가 너무 적어서,
    자신이 충분히 쓰이지 못한다고 느낄 때 생깁니다.

    겉으로는 바빠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마음은 그 일에서 떨어져 있고,
    집중이 어려워지고,
    결국 최소한만 하게 됩니다.

    기사에 인용된 심리학자 제임스 댄커트는
    지루함을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지루함은 세상과 의미 있게 연결되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이 문장이 눈에 오래 남았습니다.

    지루함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상태가 아니라,
    오히려 무언가와 이어지고 싶은 마음에서 온다는 설명이니까요.

    같은 기사에서 연구자 로타 하르유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그것은 활동에 의미가 없다는 신호에 더 가깝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느끼고 있었습니다

    기사에는 몇 가지 숫자도 나옵니다.

    연구자 에린 이터프가 이끈 조사에서는
    일하는 사람의 40퍼센트 이상이
    ‘정체 불안’이라고 부를 만한 감각을 경험한다고 답했습니다.

    충분히 도전받지 못하고,
    멈춰 있고,
    더 자랄 수 없다는 느낌이었어요.

    최근 연구 하나에서는
    직장에서 느끼는 지루함이 클수록
    심박변이도가 낮게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자율신경계의 기능과 관련된 지표입니다.

    다만 이 기사는
    여러 연구와 전문가 의견을 모은 심층 기사입니다.

    하나의 실험으로
    모든 허전함의 원인을 밝혀낸 것은 아닙니다.

    내 능력이 들어갈 자리가 있을까

    기사에서 살펴본 것은
    일의 양만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능력을 사용할 기회,
    새로운 것을 배울 여지,
    일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율성.

    이런 것들이 함께
    중요한 요소로 꼽혔습니다.

    특히 자율성이 적을 때,
    그러니까 어떻게 할지 내가 정할 수 없을 때
    마음이 일에서 멀어지기 쉬웠습니다.

    이 관점을 일상에 비추어 보면
    이런 질문이 생깁니다.

    오늘 해야 할 일을 끝냈는가와 함께,
    그 안에서 내가 생각하고 선택할 자리가 있었는지도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익숙함 속에서도 달라지는 순간

    익숙한 일이 늘 공허한 것은 아닙니다.

    같은 길을 걸어도
    계절의 변화를 알아차릴 수 있고,

    같은 수업에서도
    어제와 다른 질문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반복은 생활을 지탱해 줍니다.

    모든 날에
    새로운 도전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익숙한 하루를 보내는 동안,
    내가 무엇에 관심을 두고 있었는지는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해진 순서를 마치는 데만 마음이 가 있었는지.

    작은 차이를 살피거나,
    궁금한 것을 생각해 볼 여유가 있었는지.

    그 차이를 돌아보는 일은
    오늘을 평가하는 또 다른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일정을 더 채우기 전에

    허전하면
    무언가를 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강의를 신청하고,
    비어 있는 시간에 할 일을 넣습니다.

    그런데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 일정을 채우면,
    바쁜 하루 끝에서도 같은 질문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잠깐 멈추어
    구체적으로 물어보고 싶습니다.

    오늘 내 관심이 움직였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내가 직접 생각해서 선택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다시 해보고 싶은 일이나, 조금 더 알고 싶은 것이 있었을까.

    크고 특별한 답이 아니어도 됩니다.

    누군가의 질문 때문에 찾아본 한 문장.

    익숙한 동작에서 새롭게 느낀 감각.

    늘 하던 일의 순서를
    조금 바꾸어 본 경험일 수도 있습니다.

    마음가짐만으로 바꾸기 어려운 것도 있습니다

    직장에서는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좁을 수 있습니다.

    반복적인 업무를 맡아야 하고,
    새로운 일을 제안하기 어렵고,
    능력을 펼칠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기사도 이 지루함을
    개인의 의욕 부족으로만 보지 않았습니다.

    일을 어떻게 설계했는지,
    어떤 환경에 놓여 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실제로 기사가 제안한 해법도
    대부분 일의 구조를 바꾸는 쪽이었습니다.

    작은 프로젝트를 맡기거나,
    결정할 수 있는 범위를 넓히거나,
    새로운 책임을 더해주는 방식입니다.

    그러니 하루가 허전하다고 해서
    곧바로 자신을 게으르다고 판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내가 바꿀 수 있는 작은 부분과,
    혼자 바꾸기 어려운 조건을 구분해 보는 것이
    먼저일 수 있습니다.

    오늘을 채웠던 작은 관심

    물론 하루 끝의 허전함을
    모두 일에서의 지루함으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그저 조용히 쉬고 싶은 날도 있고,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날도 있습니다.

    오늘의 기분 하나에 이름을 붙이기보다,
    무엇이 아쉬웠는지 천천히 살펴보고 싶습니다.

    몸을 쉬게 할 시간이 부족했는지.
    마음을 나눌 사람이 그리웠는지.
    내가 궁금해하는 것에 시간을 쓰지 못했는지.

    해야 할 일을 다 했다는 사실 옆에,
    오늘 내가 관심을 기울였던 것도 놓아봅니다.

    그 작은 관심이
    내일의 하루에 이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오늘 하루에서 마음이 움직였던 순간이 있었나요?
    그때 무엇이 나를 움직이게 했는지.
    오늘 내가 직접 생각해서 선택한 것은 무엇이었는지.
    허전함을 채우려고 일정부터 늘리려 하지는 않았는지.


    참고자료
    Key, A. P. (2026년 9월 1일). The hidden cost of workplace rustout. Monitor on Psychology, 57(6). 미국심리학회가 발행하는 매체의 심층 기사로, 여러 연구와 전문가 의견을 종합한 글입니다.
    제임스 댄커트, 로타 하르유의 발언과 에린 이터프의 조사 결과는 이 기사에서 인용했습니다.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이며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무기력이나 공허함이 오래 이어진다면 전문가와 이야기 나눠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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