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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이 늘지 않을 때(젠슨 황이 스탠퍼드에서 한 말)

미랄 2026. 10. 10. 15:31

목차


    새로운 동작을 배울 때,
    설명을 들으면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막상 움직이면
    순서가 엉킵니다.

    팔에 신경 쓰다가 발을 놓치고,
    발을 맞추면 호흡이 어색해집니다.

    옆 사람은 자연스럽게 이어가는데
    나만 자꾸 멈추는 것 같습니다.

    그럴 때 어려운 것은
    동작만이 아닙니다.

    아직 잘하지 못하는 내 모습을
    보고 있는 일도 어렵습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먼저 도착합니다

    무언가를 시작할 때
    우리는 잘하는 모습을 먼저 떠올립니다.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몸.
    내 생각을 정확히 담아낸 글.
    정성껏 준비한 수업에 사람들이 편안하게 참여하는 장면.

    그 모습이 좋아서 시작했지만,
    실제로 만나는 것은 훨씬 서툰 나입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이미 앞서가 있는데,
    지금의 나는 그 뒤에서 천천히 따라갑니다.

    그 거리가 답답해서 묻게 됩니다.

    나는 이 일에 소질이 없는 걸까.

    하지만 지금의 결과만으로 내 가능성을 모두 판단하기에는,
    아직 해보지 못한 연습과
    받아보지 못한 도움이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서툶을 나에 대한 평가로 받아들일 때

    같은 실수를 해도
    어떤 날은 다시 해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날은
    작은 실수 하나에 마음이 크게 내려앉습니다.

    오늘 이 부분이 어려웠다는 생각이,
    나는 원래 못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글 한 편의 반응이 적었던 일이
    내가 전할 이야기는 가치가 없다는 판단으로 번지고,

    동작을 놓친 일이
    내 몸은 배울 수 없다는 결론으로 커집니다.

    그렇게 되면
    다음 시도에는 할 일 하나가 더 생깁니다.

    동작을 배우면서 자신을 변호해야 하고,
    글을 쓰면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합니다.

    그래서 잠시 질문을 작게 바꾸어보면 어떨까요.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결론 내리기 전에,
    오늘 어느 부분에서 막혔는지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기대가 높으면 회복력이 낮습니다”

     

    2024년 3월, 엔비디아의 젠슨 황이
    스탠퍼드대학교 행사에서 학생들에게 한 말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성공하는 법을 묻는 자리였는데,
    그는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어요.

    “기대치가 매우 높은 사람은 회복력이 매우 낮습니다. 안타깝게도 성공에는 회복력이 중요합니다.”

    마지막에는 이런 인사를 남겼습니다.

    “스탠퍼드 학생 여러분 모두에게, 충분한 양의 고통과 시련이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농담처럼 들리지만
    객석은 조용해졌다고 합니다.

    다만 이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전에
    한 가지는 구분하고 싶습니다.

    고통을 겪는다고
    저절로 성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래 버틴다고
    성공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요.

    그가 말한 회복력도
    ‘참는 능력’보다는
    ‘무너진 뒤에 다시 해보는 능력’에 가까웠습니다.

    그래서 버틴다는 말 안에
    무엇을 담을지가 중요해집니다.

    자신을 몰아붙이는 시간만 늘리는 것인지,
    배우고 수정할 기회를 이어가는 것인지.

    다시 해보려면 바꾸어볼 것도 필요합니다

    잘하지 못하는 나를 견딘다는 것은
    같은 방법을 끝없이 반복한다는 뜻일까요.

    동작이 계속 엉킨다면
    속도를 늦춰볼 수 있습니다.

    전체 순서가 어렵다면
    한 부분만 나누어 연습할 수도 있습니다.

    혼자서는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면
    다른 사람에게 관찰을 부탁할 수 있습니다.

    글도 비슷합니다.

    한 편 전체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오늘은 첫 문단만 고쳐볼 수 있습니다.

    수업이 기대처럼 흘러가지 않았다면
    다음에는 설명의 길이나 동작의 연결을
    하나씩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다시 시도할 여지를 만들면,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말이
    조금 구체적으로 바뀝니다.

    다음에는 무엇을 다르게 해볼 것인가.

    눈에 잘 띄지 않는 변화

    우리는 대개
    완성된 모습으로 성장을 확인하고 싶어 합니다.

    끝까지 동작을 해냈는지.
    좋은 반응을 얻었는지.
    원하던 결과에 도착했는지.

    하지만 그 전에
    알아차릴 수 있는 변화도 있습니다.

    지난번에는 어디서 틀렸는지 몰랐는데,
    이번에는 멈춘 지점을 알게 된 것.

    설명을 다시 들었을 때
    처음보다 조금 더 이해된 것.

    실수한 뒤에도 처음부터 모두 포기하지 않고
    다음 부분을 이어간 것.

    이런 변화가 반드시 큰 성과로 이어진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오늘의 경험을 돌아볼 때,
    완성하지 못했다는 사실 옆에
    함께 놓아볼 수는 있습니다.

    아직 부족한 부분과
    조금 달라진 부분을 동시에 보는 것입니다.

     

    기다려주는 마음에도 여백이 필요합니다

    그러면서도
    계속할지 살펴보는 질문은 남겨두고 싶습니다.

    이 일이 여전히 내게 중요한지.
    감당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어가고 있는지.
    도움과 휴식, 방법의 변화가 필요한지.

    찾아보니 목표를 조정하는 일을 살펴본 연구가 있더라고요.

    세 차례의 연구에 280명 정도가 참여했는데,
    대학생, 젊은 성인과 노년층,
    그리고 아픈 아이를 둔 부모들이 포함됐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이루기 어려운 목표에서 벗어나는 능력과
    다른 의미 있는 목표에 다시 참여하는 능력이
    모두 주관적 안녕감과 관련되어 있었어요.

    자기 보고로 측정한 관계라
    그 능력이 안녕감을 직접 만들어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또 힘든 일을 곧바로 그만두라는 뜻도 아닙니다.

    다만 ‘계속하는 힘’ 옆에
    ‘방향을 바꾸는 힘’도 함께 볼 가치가 있다는 결과입니다.

    그러니 지금 서툴다는 이유로
    너무 빨리 자신을 포기하지 않되,
    계속하는 방식은 돌아볼 수 있습니다.

    내가 소중히 여기는 일을 오래 이어가기 위해
    규모를 줄이거나 속도를 바꾸는 선택도 가능합니다.

    아직이라는 말을 남겨두기

    잘되지 않은 날에는
    오늘의 결과가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그래서 다음에 다시 시작하기도 전에,
    지난번의 내가 먼저 떠오릅니다.

    그럴 때 내 설명에
    작은 말을 하나 남겨두고 싶습니다.

    아직.

    아직 이 동작이 익숙하지 않다.

    아직 내가 원하는 문장을 쓰지 못했다.

    아직 어떤 방법이 맞는지 배우고 있다.

    그 말이 미래의 성공을
    약속해 주지는 않습니다.

    다만 오늘의 나를
    마지막 모습으로 굳혀버리지 않게 해줍니다.

    다음에 다시 해보고,
    도움을 받고,
    다른 방법을 시도할 자리를 남겨줍니다.

    오늘 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너무 빨리 결론 내린 일이 있나요?
    그때 내가 내린 결론은 오늘 일에 대한 것이었는지, 나 자신에 대한 것이었는지.
    그 일에서 어느 부분이 막혔는지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는지.
    나에게 시간을 조금 더 준다면 다음에는 무엇을 다르게 해볼 수 있을지.


    참고자료
    젠슨 황의 발언은 2024년 3월 스탠퍼드대학교 SIEPR 경제 서밋에서 나온 것으로, 같은 달 CNBC 등 복수 매체 보도에서 인용했습니다.
    Wrosch, C., Scheier, M. F., Miller, G. E., Schulz, R. & Carver, C. S. (2003). Adaptive Self-Regulation of Unattainable Goals: Goal Disengagement, Goal Reengagement, and Subjective Well-Being.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29(12), 1494–1508.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이며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무력감이나 자기 비난이 오래 이어진다면 전문가와 이야기 나눠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