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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 말해" 백 번을 말해도 안 바뀌었던 아이…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미랄 2026. 8. 22. 19:52

목차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다시 똑바로 말해봐." 아이와 이야기하다 보면 이런 순간이 있습니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신나게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친구 이야기로, 다시 게임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정작 처음에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는 사라집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그러니까 결론이 뭐야"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그런데 아이도 답답할 수 있습니다. 머릿속에는 하고 싶은 말이 분명히 있는데, 그것을 순서대로 꺼내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은 것입니다.

    💡 핵심 요약
    ADHD 아동의 언어를 연구한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도 또래보다 대화 시작, 배경정보 제공, 이야기의 일관성 등 화용언어 영역에서 어려움이 더 많이 관찰됐습니다. 다만 모든 ADHD 아이가 같은 언어 문제를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질문을 이렇게 바꿔보면 좋습니다. "왜 말을 이렇게 못하지"가 아니라 "이 아이가 생각을 말로 정리하려면 어떤 발판이 필요할까"라는 질문으로 말입니다.

    01. ADHD인데 왜 '언어'를 연습할까

    말을 조리 있게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복잡한 일입니다. 상대방의 질문을 기억하고, 무슨 말을 할지 정하고, 중요한 정보와 덜 중요한 정보를 구분하고, 순서를 만들고, 처음의 주제를 잊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면서 상대방의 반응도 살펴야 합니다.

    즉 말하기에는 언어 능력뿐 아니라 주의, 작업기억, 억제, 계획과 조직 같은 실행기능도 함께 관여합니다. 미국언어청각협회(ASHA) 역시 ADHD에서 실행기능의 어려움이 나타날 수 있으며, 언어재활사가 말과 언어, 사회적 의사소통과 계획·조직 능력을 지원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언어치료사 Letizia Hendrickson이 강조한 부분도 비슷합니다. 아이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가르쳐야 하는 것은 '조리 있게'가 도대체 어떻게 하는 것인지, 그 방법 자체입니다.

    02. 집에서 시도할 수 있는 5가지 언어 연습법

    ① 말하기 전에 '말의 지도'를 보여주기
    "오늘 학교에서 뭐 했어?"라고 물으면 아이의 머릿속에서 여러 장면이 한꺼번에 튀어나올 수 있습니다. 누가, 어디서, 무슨 일이, 그래서 어떻게 됐는지를 묻는 네 단계 카드를 활용해보세요. 아이가 익숙해지면 질문을 줄이고 카드만 보여주면 됩니다. 정답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생각에도 순서를 만들 수 있다는 경험 자체가 목적입니다.
    ② 바로 대답하지 않는 '잠깐 멈춤' 연습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대답하거나 문장이 만들어지기 전에 말부터 시작하는 아이라면, 부모와 아이만 아는 손신호를 정해두세요. 신호의 의미는 "말하지 마"가 아니라 "잠깐, 첫 문장만 생각해보자"입니다. 처음에는 2~3초도 괜찮습니다. 생각이 말을 따라잡을 시간을 벌어주는 연습에 가깝습니다.
    ③ 긴 이야기 전에 핵심 단어 3개 고르기
    이야기가 계속 옆길로 새는 아이라면 "중요한 단어 세 개만 골라볼까"라고 물어보세요. 예를 들어 미술시간, 로봇, 칭찬처럼 단어를 먼저 정한 뒤 하나씩 문장으로 연결합니다. 아이의 말을 부모가 대신 만들어주지 않으면서 무엇이 중요한지 스스로 고르는 연습이 됩니다.
    ④ 횡설수설했다고 끊지 않고 '거울처럼' 정리해주기
    "도대체 무슨 말이야"라고 끝내는 대신 "엄마가 정리해볼게, 네 말은 이런 뜻이지?"라고 되짚어주세요. 아이가 "아니, 그게 아니라"라고 정정한다면 오히려 좋은 신호입니다. 다만 말할 때마다 문법을 고치고 평가하면 대화 자체가 부담스러워질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⑤ 옆길로 나온 생각은 '생각 정거장'에 세워두기
    연상이 빠르게 옮겨가는 아이에게 "또 딴소리한다"라고 하면 아이는 자신의 생각 자체가 틀렸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대신 "그 이야기도 재미있겠다, 여기 잠깐 적어놓자"며 메모해두고 원래 주제로 돌아오는 연습을 해보세요. 대화의 일관성과 주제 유지의 어려움이 ADHD 아동에게서 보고된다는 점에서도 이런 구조화가 필요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03. 집에서 할 때 체크리스트

    ✔ 하루 10분 정도 짧게 시작합니다
    ✔ 누가·어디서·무슨 일·결과 카드를 눈에 보이게 둡니다
    ✔ 질문 후 바로 답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 한꺼번에 여러 질문을 하지 않습니다
    ✔ 말이 샜다고 바로 지적하지 않습니다
    ✔ 부모가 짧게 요약해서 돌려줍니다
    ✔ 아이의 말을 중간에서 완성해주지 않습니다
    ✔ 훈련을 야단의 연장으로 만들지 않습니다

    04. '안 하는 아이'와 '하기 어려운 아이'는 다릅니다

    부모가 원하는 대로 아이가 움직이지 않을 때 '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 순간 잘 해내기 어려운 것일 수 있습니다. "천천히 말하라고 몇 번을 말했니", "결론부터 말해"라는 말을 아이는 이미 여러 번 들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정작 '결론부터 말하는 방법'을 배운 적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심리상담을 공부하며 아동과 성인의 정서·행동 문제를 함께 들여다본 경험에 비추어 봐도, 반복되는 훈육보다 구체적인 방법을 눈에 보이게 제시하는 개입이 아이의 자기효능감 유지에 더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05. 개인적인 이야기 하나

    이 주제는 저에게 단순한 육아 정보만은 아닙니다. 저 역시 어린 시절 충동성과 과잉행동, 부주의로 반복해서 야단을 맞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ADHD에 대한 정보가 흔하지 않았고, 행동의 이유를 설명하기보다 혼나는 일이 먼저였습니다. 점점 말을 하지 않는 아이가 되었고 주변에서는 그저 내성적인 아이로 여겼습니다.

    돌이켜보면 제 안에는 열정과 창의적인 생각이 많았습니다. 문제는 그 생각을 밖으로 꺼내 정리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아이가 말을 못 했을 때 "왜 이것도 제대로 말을 못해"가 아니라, "이 아이의 생각이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나는 어떤 길을 보여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먼저 떠올리고 싶습니다.

    06. 자주 묻는 질문

    Q. ADHD 아이는 원래 말을 두서없이 하나요?
    모든 ADHD 아이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다만 연구에서는 ADHD 아동 집단에서 이야기의 일관성, 대화 순서, 주제 유지 등 화용언어의 어려움이 또래보다 더 많이 관찰됐습니다.

    Q. 말을 많이 하는 것도 언어 문제인가요?
    말의 양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과 순서를 주고받는지, 주제를 유지하는지, 필요한 배경정보를 전달하는지 등 실제 의사소통 기능입니다.

    Q. 언어치료 상담도 받아야 할까요?
    ADHD 진단만으로 모든 아이에게 언어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야기 구성, 질문 이해, 또래 대화 등에서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일상에 영향을 준다면 언어재활사를 포함한 전문가에게 평가를 상담해볼 수 있습니다.

    07. 마치며

    아이의 머릿속에는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가 들어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그것을 고르고, 순서를 만들고, 잠깐 멈추고, 문장으로 연결하는 과정이 어려울 뿐입니다. 말을 잘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자기 생각과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도구를 하나씩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언어와 실행기능을 함께 다루는 중재에 대한 연구는 계속되고 있지만, 현재 근거는 영역에 따라 제한적이고 효과도 일관되지 않습니다. 특정 훈련법을 ADHD의 '치료법'처럼 과장하기보다 아이의 특성에 맞는 전략을 함께 찾아가는 태도가 더 중요합니다.


    이 글은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아이의 언어 발달이나 ADHD 관련 어려움이 지속된다면 소아정신과 전문의나 언어재활사 등 전문가의 평가를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참고자료: 미국언어청각협회(ASHA) ADHD 안내 · ADHD 아동의 화용언어를 분석한 체계적 문헌고찰(34개 연구, 총 2,845명 분석) · Letizia Hendrickson의 ADHD 언어치료 관련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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