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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인데 자꾸 확인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일정을 몇 번이고 들여다보고, 상대방의 답장이 늦으면 이유를 생각하고, 계획이 조금만 틀어져도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어떤 일이 생길지 미리 알고 싶고, 가능하다면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모든 경우의 수를 준비해두고 싶습니다. 겉으로 보면 꼼꼼하고 계획적인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마음을 들여다보면 그 아래에는 다른 감정이 숨어 있을 때가 있습니다. 불안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상황을 통제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태를 견디기 어려운 것인지도 모릅니다.
모르는 채로 기다리는 것이 힘든 사람
심리학에는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 부족(Intolerance of Uncertainty, IU)’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태를 유난히 힘들게 경험하는 경향입니다.
불확실성이 커지면 머릿속에서는 이런 생각이 시작됩니다.
‘혹시 잘못되면 어떡하지?’
‘미리 확인해봐야 하지 않을까?’
‘내가 준비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것 같아.’
그러면 사람은 미래를 계속 예측하고, 걱정하고, 확인하면서 조금이라도 확실한 상태를 만들려고 합니다.
2026년 발표된 대규모 메타분석은 115개 연구·논문, 138개 독립 표본, 총 28,693명의 자료를 종합했습니다. 그 결과 불확실성을 견디기 어려운 성향은 걱정과 비교적 강한 관련성을 보였고, 여러 불안 문제와도 관련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범불안과의 관련성이 크게 나타났고, 연구진은 걱정이 불확실성과 불안 사이를 일부 매개하는 과정도 확인했습니다.
물론 불확실성을 싫어한다고 해서 불안장애가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진단이 아니라, 내 마음이 불안할 때 어떤 행동을 하는지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불안하면 왜 자꾸 확인하고 싶을까
문을 잠갔는지 다시 확인하고 싶을 수도 있고, 상대방의 마음이 변한 것은 아닌지 묻고 싶을 수도 있고, 일이 계획대로 되고 있는지 계속 들여다볼 수도 있습니다.
확인은 잠시 우리를 안심시킵니다. ‘괜찮구나.’ 그런데 그 안심은 오래가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조금 지나면 또 다른 불확실성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2026년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강박장애 및 불안장애가 있는 164명을 대상으로 행동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불확실성을 견디기 어려운 성향은 ‘뭔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에서 오는 불편감과 관련됐고, 그 불편감은 더 긴 확인 행동과 간접적으로 연결됐습니다. 연구자들은 이런 확인이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안전행동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또 다른 2026년 실험 연구에서도 확인 행동은 불확실성을 줄이고 두려운 결과를 예방하려는 행동이라는 관점에서 연구됐습니다.
그래서 어떤 통제 행동은 이런 흐름을 보일 수 있습니다.
불확실함 → 불안함 → 확인하거나 통제함 → 잠시 안심함 → 다시 불확실함
문제는 계획하거나 확인하는 행동 자체가 아닙니다. 내가 선택해서 계획하는 것과, 불안해서 계획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것은 조금 다르기 때문입니다.
통제하려고 붙잡았는데, 내가 붙잡혀 있었다
우리는 불안할수록 더 많은 것을 손에 쥐려고 합니다. 내일의 일정도, 일의 결과도, 다른 사람의 마음도, 앞으로 벌어질 일도. 하나씩 붙잡으면 조금 안전해질 것 같아서 더 단단히 잡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상한 일이 생깁니다. 내가 붙잡고 있던 것들이 오히려 나를 움직이지 못하게 합니다. 계획이 조금만 바뀌어도 힘들고, 답을 모르면 불안하고, 상대방이 예상과 다르게 행동하면 마음이 흔들립니다.
통제할 것이 많아질수록 편안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지켜야 할 것이 더 많아진 것입니다.
어쩌면 이때 필요한 것은 손에 쥔 모든 것을 갑자기 놓아버리는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먼저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아, 내가 지금 많이 불안하구나.’
통제하려는 자신을 또 비난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 행동 역시 어떻게든 나를 안전하게 만들려고 했던 마음에서 시작되었을 수 있으니까요.
저도 그랬습니다. 불안할수록 더 확인하고, 더 준비하고, 더 붙잡았습니다. 그렇게 하면 마음이 편해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돌아보니 저는 무언가를 통제하고 있던 게 아니었습니다. 통제하려던 그것들에 오히려 제가 묶여 가고 있었습니다. 애초에 제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것들이었기에, 꽉 쥘수록 더 고통스러워졌습니다.
지금은 그 많은 것들을 하나씩 내려놓는 중입니다. 전부 놓은 것은 아니지만, 내려놓은 만큼 마음이 자유로워졌습니다.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함과,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 그리고 그 둘을 구별하는 지혜를 주소서.”
라인홀드 니버, 「평온을 비는 기도」
모든 것을 알지 못해도 오늘을 살 수 있을까
불확실성을 다루는 심리치료 연구에서도 흥미로운 결과가 있습니다. 2023년 체계적 문헌고찰과 메타분석은 범불안장애 성인을 대상으로 한 26개 연구, 총 1,199명을 분석했습니다. 심리치료 후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 부족과 걱정이 감소했고, 특히 불확실성 자체를 직접 다루는 인지행동치료가 치료 직후에는 일반적인 CBT보다 더 큰 개선을 보였습니다. 다만 그 차이는 추적관찰에서는 유지되지 않았습니다.
이 연구를 너무 단순하게 “걱정하지 말자”로 바꿀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중요한 질문은 이것일 수 있습니다.
불확실한 것이 사라져야만 나는 괜찮을 수 있을까?
내일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도, 상대방의 마음을 완전히 알 수 없어도, 내가 준비한 일이 원하는 결과로 이어질지 확신할 수 없어도,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것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혹시 지금 꽉 붙잡고 있는 것이 있나요?
사람의 마음도, 결과도, 미래도 우리의 계획표처럼 움직여주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불안한 마음은 계속 말합니다.
‘조금만 더 확인해.’
‘조금만 더 준비해.’
‘확실해질 때까지 놓으면 안 돼.’
그럴 때 억지로 손을 펴지 않아도 됩니다. 대신 잠깐 바라봐도 좋겠습니다. 나는 지금 무엇을 이렇게 꽉 붙잡고 있을까. 그리고 그 아래에는 어떤 마음이 있을까요.
실패할까 봐 두려운 마음일 수도 있고,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마음일 수도 있고, 다시는 힘들고 싶지 않은 마음일 수도 있습니다.
그 마음을 발견했다면 당장 고치려고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저 ‘그래서 내가 그렇게 붙잡고 있었구나.’ 하고 알아주는 것부터 시작해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손가락 하나만큼의 힘만 풀어봅니다.
내일을 다 알아야 오늘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모든 것을 붙잡지 않아도 지금의 나는 여기에서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3줄 정리
1. 통제하고 싶은 마음 아래에는 결과를 모르는 상태를 견디기 어려운 불안이 있을 수 있습니다.
2. 확인은 잠깐 안심을 주지만, 불확실함 → 확인 → 안심 → 다시 불확실함의 고리를 만들기도 합니다.
3. 모든 것을 알아야 괜찮은 것은 아닙니다. 붙잡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고, 오늘은 한 가닥만 놓아봐도 충분합니다.
참고자료
Akbari, M., Sheikhi, S., Navab Safiadin, M. S., Rahmani, M., Forootan, R., & Asmundson, G. J. G. (2026). A hierarchical uncertainty framework of anxiety: Preregistered meta-analytic structural model of intolerance of uncertainty and worry across anxiety disorders. Clinical Psychology Review, 128, 102773.
Appel, H., Mattes, A., & Gerlach, A. L. (2026). Does it feel certain enough? Intolerance of uncertainty predicts checking behavior through ‘not just right’ experiences. Cognitive Behaviour Therapy. doi:10.1080/16506073.2026.2618137
The role of intolerance of uncertainty, trait anxiety, and OCD symptoms in checking behaviour and its associated concomitants. (2026). Cognition and Emotion. doi:10.1080/02699931.2026.2671175
Wilson et al. (2023). The impact of psychological treatment on intolerance of uncertainty in generalized anxiety disorder: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Journal of Anxiety Disorders.
Reinhold Niebuhr, 「평온을 비는 기도(The Serenity Pray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