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카테고리 없음

결정 장애의 진짜 원인, '생각의 양'이 아니었다

미랄 2026. 9. 10. 20:40

목차


    생각을 많이 하면 정말 더 좋은 답을 찾을까?

    나는 생각을 많이 하면 더 좋은 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조금 더 알아보고, 조금 더 비교하고, 조금 더 고민하면 실수하지 않는 선택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무언가를 결정해야 할 때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게 정말 최선일까?'
    '조금 더 찾아보면 더 좋은 방법이 있지 않을까?'
    '지금 결정했다가 후회하면 어떡하지?'

    처음에는 이것을 신중함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상한 것은 생각을 하면 할수록 답이 선명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더 어려워질 때가 있었다.

    그렇다면 궁금해진다.

    우리는 생각을 많이 할수록 정말 더 좋은 답을 찾게 될까?

    생각을 많이 하는 것과 잘 생각하는 것은 다르다

    물론 충분히 생각해야 하는 일은 있다.

    직업을 바꿀지, 큰돈을 어디에 사용할지, 중요한 관계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처럼 결과가 큰 결정은 여러 가능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생각의 양 자체가 좋은 결정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심리학자 수전 놀렌-혹스마(Susan Nolen-Hoeksema)와 동료들은 2008년 반추(rumination)에 관한 연구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반추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차분히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이미 일어난 일이나 부정적인 감정, 그 원인과 결과를 머릿속에서 반복해서 되짚는 사고에 가깝다.

    이 연구 검토에서는 반추가 부정적인 사고를 강화할 뿐 아니라 문제해결을 방해하고,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데에도 어려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정리됐다.

    즉,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문제가 해결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제 했던 말을 스무 번 다시 떠올린다고 해서 다음에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가 더 분명해지는 것은 아닐 수 있다.

    결정을 계속 검토한다고 해서 반드시 더 좋은 선택에 가까워지는 것도 아니다.

    어쩌면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생각했느냐보다 그 생각이 어디로 가고 있는가일지도 모른다.

    지금 하는 생각이 답을 찾고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

    나는 이 차이를 몇 가지 질문으로 확인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생각한 뒤 새로운 정보가 생겼는가? 선택지가 조금씩 좁혀지고 있는가?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 분명해졌는가? 그리고 다음 행동이 보이기 시작하는가?

    그렇다면 지금의 생각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한참을 생각했는데도 '그래도 혹시…' '그런데 만약…' '조금만 더 알아보자.'라는 질문만 반복된다면 생각의 목적이 달라졌을 수 있다.

    답을 찾기 위해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 계속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선택지가 많으면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이 질문과 연결해서 많이 알려진 사람이 심리학자 배리 슈워츠(Barry Schwartz)다.

    그는 『선택의 역설(The Paradox of Choice)』을 통해 현대사회에서 선택지가 지나치게 많아질 때 나타날 수 있는 부담을 설명했다.

    예를 들어 청바지를 하나 산다고 생각해보자.

    선택지가 몇 개 없다면 그 중 괜찮은 것을 고르면 끝이다.

    하지만 수십 개, 수백 개가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가격을 비교하고, 핏을 비교하고, 색상을 비교하고, 후기를 읽고, 그러다 다른 제품을 발견하면 다시 처음부터 비교한다.

    어렵게 하나를 선택하고도 생각이 끝나지 않는다.

    '저걸 샀으면 더 좋았을까?'

    선택하지 않은 대안이 계속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더 많이 비교했기 때문에 실제로 더 좋은 제품을 골랐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선택에 대한 만족은 오히려 낮아질 수 있다.

    그렇다고 선택지가 많을수록 나쁜 것도 아니다

    여기서는 한 가지를 구분해야 한다.

    슈워츠의 이야기를 단순하게 받아들여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사람은 불행해진다.'라고 말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2010년 Scheibehenne, Greifeneder, Todd가 발표한 선택 과부하(choice overload) 메타분석에서는 선택지가 많다고 해서 항상 일관되게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난다고 볼 수 없었다.

    어떤 상황에서는 많은 선택지가 도움이 될 수 있고, 어떤 상황에서는 오히려 선택을 어렵게 만들 수 있었다.

    그래서 핵심은 단순히 선택지가 몇 개인가가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할 것인지 알고 있는가에 가깝다.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수많은 대안을 계속 비교한다면 결정은 점점 복잡해질 수 있다.

    우리는 왜 '최고의 선택'을 찾으려고 할까?

    선택 앞에서 생각이 길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단순하다.

    우리는 가능하면 가장 좋은 것을 고르고 싶다.

    가격도 좋아야 하고, 품질도 좋아야 하고, 후회도 없어야 하고, 다른 선택보다 나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괜찮은 선택을 찾는 것과 존재하는 모든 선택지 가운데 최고의 것을 찾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여기서 Maximizing과 Satisficing이라는 개념이 도움이 된다.

    Maximizing은 가능한 선택지를 계속 비교하면서 최고의 선택을 찾으려는 방식이다.

    반면 Satisficing은 자신에게 중요한 기준을 충족하면 '이 정도면 충분히 괜찮다'고 판단하고 선택을 끝내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노트북을 산다고 해보자.

    모든 제품을 비교하기 시작하면 검색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하지만 먼저 기준을 정하면 달라진다.

    내 예산 안에 있는가? 필요한 성능을 갖추었는가? 휴대하기에 적당한가?

    내게 정말 중요한 조건을 정하고, 그 기준을 충분히 충족하는 선택지를 찾았다면 검색을 멈출 수 있다.

    생각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끝낼 기준을 만드는 것이다.

    모든 결정을 똑같이 신중하게 해야 할까?

    여기서 또 하나의 질문이 생긴다.

    모든 결정이 정말 같은 무게를 가지고 있을까?

    오늘 점심 메뉴를 고르는 것과 퇴사를 결정하는 것은 다르다.

    카페에서 마실 음료를 고르는 것과 큰돈을 투자하는 것도 다르다.

    그런데 생각이 많은 사람은 사소한 선택에서도 '최선'을 찾느라 많은 시간과 주의를 쓰기도 한다.

    점심 메뉴를 고르면서 리뷰를 계속 읽고, 몇 만 원짜리 물건 하나를 사면서 몇 시간씩 비교하고, 작은 결정을 내리고도 다시 검색한다.

    '다른 게 더 좋았나?'

    그렇다면 모든 결정에 같은 깊이의 생각을 사용하는 것이 정말 필요한 일일까?

    되돌릴 수 있는 결정이라면 조금 빨라도 된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Jeff Bezos)는 의사결정을 Type 1과 Type 2로 구분해 설명했다.

    Type 1은 결과가 크고 쉽게 되돌리기 어려운 결정이다. 이런 결정은 충분히 생각할 필요가 있다.

    반면 Type 2는 잘못 선택하더라도 수정하거나 되돌릴 수 있는 결정이다.

    베조스는 2016년 아마존 주주서한에서 많은 결정은 원하는 정보의 약 70% 정도가 확보됐을 때 내리는 편이 좋으며, 90%까지 기다리면 너무 늦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것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심리학 공식은 아니다.

    기업을 빠르게 운영하기 위해 베조스가 제시한 경영 원칙이다.

    하지만 일상에서도 한 가지 질문은 가져올 수 있다.

    '이 결정은 잘못되어도 다시 바꿀 수 있는가?'

    답이 '그렇다'라면 완벽하게 확신할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는 결정도 있다.

    사소한 결정에는 '생각을 끝내는 규칙'을 만들어보자

    나는 일상의 작은 결정에는 미리 기준을 만들어두는 방법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특정 심리학 연구에서 나온 '5초 법칙'은 아니다.

    앞에서 살펴본 의사결정 연구와 여러 실용적인 방법을 일상에서 사용하기 쉽게 정리한 생각학교의 작은 결정 체크리스트다.

    1. 먼저 중요도를 묻는다.
      '이 결정이 한 달 뒤에도 중요할까?' 영향이 작고 쉽게 다시 선택할 수 있는 일이라면 생각하는 시간을 줄여본다.
    2. 중요한 기준을 2~3개만 정한다.
      가격, 필요한 기능, 사용 목적처럼 내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건만 남긴다.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려고 하지 않는다.
    3. 기준을 충분히 충족하면 검색을 멈춘다.
      '더 좋은 것이 있지 않을까?' 이 생각이 들어도 이미 내 기준을 충분히 충족했다면 선택을 끝내본다.
    4. 반복되는 결정에는 기본값을 만든다.
      늘 고민하는 카페 음료, 자주 사는 생필품, 반복되는 식사나 운동시간처럼 매번 새롭게 판단할 필요가 없는 것은 나만의 기본값을 정해둘 수 있다.
    5. 되돌릴 수 있는 결정인지 확인한다.
      쉽게 수정할 수 있는 결정은 조금 빠르게 선택한다. 반대로 건강, 큰돈, 직업, 중요한 관계처럼 결과가 크거나 되돌리기 어려운 문제라면 충분히 생각한다.

    생각을 적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생각을 잘 사용하는 사람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생각을 많이 하면 정말 더 좋은 답을 찾을 수 있을까?

    때로는 그렇다.

    충분한 정보와 숙고가 필요한 문제에서는 깊은 생각이 더 좋은 판단을 도울 수 있다.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같은 질문을 반복하고,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완벽하게 확신할 때까지 결정을 미룬다고 해서 반드시 더 좋은 답을 찾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생각의 양보다 다음 질문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생각으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있는가? 선택의 기준이 더 분명해지고 있는가? 다음 행동이 보이고 있는가?

    그렇다면 조금 더 생각해도 좋다.

    하지만 같은 자리에서 같은 질문만 반복하고 있다면, 더 생각하는 대신 생각을 끝낼 기준을 정해야 할 때일지도 모른다.

    생각을 잘한다는 것은 모든 문제를 오래 고민한다는 뜻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충분히 생각하고, 사소한 것은 적당한 선에서 결정하고, 결정한 뒤에는 행동으로 넘어가는 것.

    잘 생각하는 사람은 오래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언제 더 생각하고 언제 멈출지를 아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참고자료

    • Nolen-Hoeksema, S., Wisco, B. E., & Lyubomirsky, S. (2008). Rethinking Rumination. Perspectives on Psychological Science, 3(5), 400–424.
    • Scheibehenne, B., Greifeneder, R., & Todd, P. M. (2010). Can There Ever Be Too Many Options? A Meta-Analytic Review of Choice Overload.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37(3), 409–425.
    • Barry Schwartz, The Paradox of Choice.
    • Jeff Bezos, Amazon 2016 Letter to Sharehold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