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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생각이 계속 떠오르는 이유, 생각이 많은 게 아니라 '반추'일 수 있습니다
대화가 끝난 지 며칠이 지났는데도 갑자기 그 말이 다시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그때 그 사람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카톡 답장이 평소보다 늦으면 또 생각합니다.
'혹시 내가 뭘 잘못 말했나?'
예전에 했던 발표나 면접, 실수했던 장면이 불쑥 떠오르기도 합니다.
이미 끝난 일인데 머릿속에서는 끝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답을 찾으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생각을 하면 할수록 답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같은 장면만 반복됩니다.
왜 그럴까요?
어쩌면 우리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같은 생각을 계속 되씹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생각하는 사람과 생각이 많은 사람은 무엇이 다를까?
생각을 많이 한다고 해서 반드시 생각을 잘하는 것은 아닙니다.
생산적인 생각에는 어느 정도 방향과 끝이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생각해보고, '다음에는 이렇게 해봐야겠다.'라는 결론을 얻으면 행동으로 넘어갑니다.
반면 어떤 생각은 계속 처음으로 돌아옵니다.
'왜 그랬을까?' '내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면?' '그 사람이 나를 이상하게 생각한 것은 아닐까?' '다르게 했으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생각은 많았는데 새로운 결론은 없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반복적인 사고를 설명할 때 반추(rumination)라는 개념을 사용합니다.
반추라는 말의 원래 뜻은 되새김질입니다.
동물이 먹었던 것을 다시 올려 씹듯, 마음도 이미 지나간 사건과 감정을 계속 다시 꺼내 보는 것입니다.
심리학자 수전 놀렌-혹스마(Susan Nolen-Hoeksema)와 동료들은 반추에 관한 연구들을 검토하면서, 반추가 부정적인 사고를 강화하고 문제해결과 실제 행동을 방해할 수 있다고 정리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나는 지금 생각하고 있는가, 아니면 같은 생각을 반복해서 재생하고 있는가?
심리학자도 반추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이 문제를 아주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사람이 심리학자 가이 윈치(Guy Winch)입니다.
그는 TED 강연에서 자신의 일란성 쌍둥이 형제가 3기 비호지킨 림프종 진단을 받았던 경험을 이야기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치료를 받던 형제는 상당히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정작 신체적으로 건강했던 윈치 자신은 심리적으로 크게 흔들렸다는 것입니다.
형제가 얼마나 힘들지,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앞으로 어떻게 될지를 계속 생각했습니다.
한 번 시작된 걱정이 머릿속에서 계속 반복됐습니다.
그는 이것을 반추라고 설명했습니다. 불쾌한 사건을 머릿속에서 계속 재생하는 습관입니다.
그리고 부정적인 생각이 올라올 때마다 그 생각과 계속 씨름하는 대신, 의도적으로 다른 대상에 주의를 집중하는 방법을 사용했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생각이 떠오르는 것과 그 생각을 계속 따라가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닙니다.
생각이 떠오르는 것 자체를 완전히 막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 생각을 붙잡고 몇 시간 동안 같은 이야기를 반복할지는 조금 다르게 다룰 수 있습니다.

그런데 뇌는 왜 이미 끝난 일을 다시 꺼낼까?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도 뇌는 완전히 쉬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과거를 떠올리고, 나 자신을 생각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추측하고, 앞으로 일어날 일을 상상합니다.
이런 활동과 관련해 많이 연구되는 뇌 네트워크가 기본모드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DMN)입니다.
2020년 14개의 fMRI 연구, 총 286명의 건강한 참가자를 종합한 메타분석에서는 반추와 DMN의 핵심 영역 및 일부 하위 네트워크의 관련성이 확인됐습니다.
또 다른 fMRI 연구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실제로 반추를 하게 했을 때와 객관적인 장면을 상상하게 했을 때 DMN 내부의 연결 양상이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도 있습니다.
DMN이 '나쁜 생각을 만드는 뇌 회로'라는 뜻은 아닙니다.
이 네트워크는 우리가 과거를 돌아보고, 자신을 이해하고, 미래를 상상하는 데 필요한 기능과도 관련됩니다.
문제는 생각이 새로운 이해나 행동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같은 자리에서 계속 순환할 때입니다.
그러니 같은 생각이 떠오른다고 해서 '나는 왜 이렇게 생각이 많지?'라고 자신을 탓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물어보는 편이 더 도움이 됩니다.
이 생각은 나를 앞으로 움직이게 하고 있는가, 아니면 같은 자리에 붙잡아두고 있는가?
특히 '끝나지 않은 것 같은 일'은 자꾸 돌아온다
우리가 반복해서 떠올리는 일에는 비슷한 특징이 있습니다.
어제 점심으로 무엇을 먹었는지는 쉽게 잊어버립니다.
그런데 이런 일은 오래 남습니다.
'왜 그 사람이 그런 말을 했을까?' '그때 내가 왜 그렇게 대답했을까?' '그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실수한 건 아닐까?'
마음속에서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는 사건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답을 찾으려고 계속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떤 질문은 생각을 오래 한다고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특히 다른 사람의 마음을 추측하기 시작하면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카톡 답장이 늦었습니다.
우리가 확실히 아는 사실은 하나입니다. 답장이 아직 오지 않았다.
그런데 마음은 그 빈칸을 금방 채웁니다.
'나한테 화가 났나?' '어제 내가 한 말 때문인가?' '나를 피하는 건가?'
하지만 다른 가능성도 많습니다. 바쁠 수도 있고, 휴대폰을 보지 못했을 수도 있고, 몸이 좋지 않을 수도 있고, 그 사람에게 그냥 정신없는 하루였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것을 마음이 너무 빨리 결론내릴 때 반추는 더 길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생각이 반복될 때 저는 이 질문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것은 사실일까, 아니면 내가 붙인 해석일까?
그리고 하나를 더 물어봅니다.
다른 설명은 없을까?
억지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부정적인 해석 하나만을 사실로 확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나는 이래야 해'라는 생각도 오래 남는다
반복되는 생각을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반드시'와 '당연히'가 숨어 있을 때도 있습니다.
'나는 실수하면 안 돼.' '그 사람은 나를 이해해줘야 해.' '가족이라면 당연히 이래야지.' '이 나이라면 이 정도는 이루었어야 해.'
기대를 갖는 것이 잘못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기대가 절대적인 규칙이 되면 현실이 조금만 어긋나도 마음이 계속 이유를 찾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지?' '왜 저 사람은 저렇게 행동하지?' '나는 왜 이것밖에 못했지?'
그럴 때 문장을 조금 바꿔볼 수 있습니다.
'나는 절대 실수하면 안 돼.' 대신, '나는 이번 일을 정말 잘하고 싶었구나.'라고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둘은 비슷해 보여도 마음이 받아들이는 의미는 다릅니다
첫 번째 문장은 나를 심판합니다. 두 번째 문장은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했는지를 이해하게 합니다.
자책해야 다음에는 더 잘할까?
우리는 실수하면 자신에게 엄격해야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정신 차려.' '그러니까 더 잘했어야지.' '다시는 그러지 마.'
그런데 연구에서는 조금 다른 결과도 나옵니다.
Juliana Breines와 Serena Chen은 2012년 네 가지 실험에서 실패나 자신의 약점을 자기연민적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자기개선 동기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그중 한 실험에서는 어려운 시험에서 실패한 뒤 자기연민 조건에 있었던 참가자들이 이후 시험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공부했습니다.
자기연민이 사람을 나태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시 행동할 여지를 만들어준 것입니다.
그래서 과거의 실수가 계속 떠오를 때 '왜 그랬어?'라고 자신을 계속 심문하기보다 '그 경험에서 지금의 내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라고 묻는 편이 더 생산적일 수 있습니다.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과거에서 무엇을 배울지는 지금 내가 선택할 수 있습니다.
마음에 무엇을 계속 넣고 있는지도 살펴보자
저는 과도한 생각을 줄이기 위해서는 단순히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쓰기보다 마음에 무엇을 계속 채우고 있는지 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루 종일 불안과 분노를 자극하는 영상, 확인되지 않은 가짜 뉴스, 자극적인 댓글, 사람을 계속 비교하게 만드는 콘텐츠를 보고 있다가 밤이 되자마자 마음에게 '이제 그만 생각해.'라고 말한다고 곧바로 조용해지기는 어렵습니다.
마음에도 계속 들어오는 재료가 있기 때문입니다.
감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억지로 참는 것이 언제나 답은 아닙니다.
믿을 만한 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는 왜 이렇게 느끼는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는지'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다만 여러 사람에게 같은 일을 계속 이야기하면서 감정을 반복해서 재생하는 것과, 누군가와 대화하면서 상황을 이해하고 다음 행동을 찾는 것은 다릅니다. 기준은 다시 같습니다.
이 이야기가 나를 앞으로 움직이고 있는가?
생각이 많아질 때 나는 호흡으로 돌아온다
제가 실제로 자주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는 호흡입니다.
특별한 호흡법을 하려고 애쓰기보다, 편안하게 앉아 코 안팎에서 공기가 들어오고 나갈 때 느껴지는 감각을 가만히 관찰합니다.
눈을 감아도 되고 뜨고 있어도 됩니다.
숨을 일부러 너무 빠르거나 깊게 만들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숨이 들어온다는 것을 느끼고, 나간다는 것을 느껴봅니다.
생각이 떠오릅니다. 그러면 다시 호흡으로 돌아옵니다. 또 생각이 떠오르면 다시 돌아옵니다.
5분이어도 좋고, 10분이어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생각 속에 가 있던 주의를 현재의 감각으로 다시 데려오는 것입니다.
호흡할 때 실제 뇌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호흡과 뇌의 관계도 흥미롭습니다.
2016년 Christina Zelano와 동료들은 뇌에 전극을 삽입하고 있던 환자들의 뇌 활동을 직접 측정했습니다.
연구 결과 자연스러운 코호흡의 리듬이 후각피질뿐 아니라 편도체와 해마의 신경활동과 동기화되는 현상이 관찰됐습니다.
특히 코호흡을 입호흡으로 바꾸었을 때 일부 호흡 관련 신경 진동은 감소했습니다.

이 연구가 '코로 숨을 쉬면 반추가 치료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 확대해서 해석하면 안 됩니다.
하지만 적어도 호흡과 뇌 활동이 서로 완전히 별개의 현상이 아니라는 점은 보여줍니다.
그래서 저는 호흡을 '생각을 없애는 기술'이라기보다 과거로 가 있던 주의를 지금 여기로 다시 데려오는 연습으로 생각합니다.
같은 생각이 또 떠오른다면 세 가지만 물어보자
같은 생각이 돌아왔다고 해서 실패한 것이 아닙니다.
그때 생각과 싸우기보다 이렇게 물어볼 수 있습니다.
- 이것은 사실인가, 내가 붙인 해석인가?
실제로 확인된 사실과 내가 추측하고 있는 부분을 나눠봅니다. - 이 생각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있는가?
새로운 이해가 생기고 있다면 조금 더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질문만 반복하고 있다면 반추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이 있는가?
사과해야 한다면 사과하고, 확인해야 한다면 확인하고, 준비가 부족했다면 다음을 준비합니다.
반대로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면 생각을 계속한다고 새로운 답이 나오는지를 살펴봅니다.
이미 충분히 생각했다면 이런 문장으로 끝낼 수도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지금 내가 알 수 있는 만큼이다.'
그리고 다시 오늘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생각을 없애는 것보다 생각과의 관계를 바꾸는 것
같은 생각이 반복되면 우리는 흔히 이렇게 생각합니다.
'왜 나는 이것도 못 잊지?' '왜 또 생각하지?' '나는 왜 이렇게 생각이 많을까?'
그런데 질문을 바꿔볼 수 있습니다.
'왜 또 생각하지?'가 아니라 '이 생각을 계속 따라가야 할까?'
배워야 할 것이 있다면 배우면 됩니다. 행동할 것이 있다면 행동하면 됩니다.
확인할 수 없는 것이라면 모든 가능성을 끝까지 밝혀내려고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그리고 과거의 내 실수라면 자책만 반복하기보다 그 경험을 통해 지금의 내가 무엇을 배웠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생각은 우리를 괴롭히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생각은 이해하고, 판단하고, 선택하고, 행동하기 위해 필요합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생각이 다시 떠오르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생각이 찾아왔을 때 거기에 계속 머물 것인지, 배울 것을 배우고 다시 현재로 돌아올 것인지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생각을 잘 사용하는 방법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에서 빠져나오는 순간은 모든 답을 찾아낸 때가 아니라, 이제 무엇을 할지 알게 된 때인지도 모릅니다.

참고자료
- Nolen-Hoeksema, S., Wisco, B. E., & Lyubomirsky, S. (2008). Rethinking Rumination.
- Zhou, H. X. et al. (2020). Rumination and the default mode network: Meta-analysis of brain imaging studies and implications for depression.
- Chen, X. et al. (2020). The subsystem mechanism of default mode network underlying rumination: A reproducible neuroimaging study.
- Breines, J. G., & Chen, S. (2012). Self-compassion increases self-improvement motivation.
- Zelano, C. et al. (2016). Nasal Respiration Entrains Human Limbic Oscillations and Modulates Cognitive Function.
- Guy Winch, Why we all need to practice emotional first aid, 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