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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고 깊게 산다는 것에 관하여》, 단다파니/ 북리뷰

미랄 2026. 9. 16. 17:22

목차


    《좁고 깊게 산다는 것에 관하여》, 단다파니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집어 듭니다. 메시지를 확인하다가 SNS를 열고, 짧은 영상을 하나 보고, 문득 궁금한 것이 생겨 검색창을 엽니다. 분명 몇 분 전까지만 해도 다른 것을 하려고 했는데 어느 순간 전혀 다른 곳에 가 있습니다.

    몸은 한자리에 있는데 우리의 시선과 생각은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곳을 돌아다닙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것을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나는 원래 집중력이 부족해”라고 말합니다.

    단다파니의 《좁고 깊게 산다는 것에 관하여》를 읽으며 흥미로웠던 것은 바로 이 지점입니다.

    우리는 정말 집중력이 없는 사람일까요?
    아니면 산만해지는 것을 너무 오래 연습해 온 사람일까요?

    흩어진 주의를 한 방향으로 모으는 모습 · Thinking Body Illustration

    마음과 ‘나’를 조금 떨어뜨려 보기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개념은 마음(mind)과 인식(awareness)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단다파니는 마음을 여러 영역이 존재하는 거대한 공간처럼 설명합니다. 그 안에는 기쁨도 있고 불안도 있고 분노도 있고 걱정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공간을 움직이는 것이 인식입니다.

    저자의 비유를 조금 쉽게 옮겨보면 이렇습니다. 누군가의 말 때문에 화가 났다고 해봅시다. 우리는 보통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화가 났어.”

    그런데 단다파니의 관점에서는 이렇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지금 내 인식이 분노에 머물러 있다.’

    이 작은 차이가 흥미롭습니다. ‘나는 화난 사람이다’와 ‘지금 나는 화를 경험하고 있다’는 같은 말처럼 보이지만 전혀 다른 가능성을 만듭니다.

    첫 번째 문장에서는 나와 감정이 붙어 있습니다. 두 번째 문장에서는 감정을 바라볼 작은 거리가 생깁니다. 그 거리가 생기면 한 가지 질문도 가능해집니다.

    “내가 계속 여기에 머물고 싶은가?”

     

    생각과 감정에 바로 반응하기 전에 잠시 멈추고 알아차리는 순간

     

    책의 핵심은 감정을 억누르거나 불편한 생각을 무조건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꾸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먼저 내 인식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차리고, 그것을 다시 가져오는 능력을 훈련하자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를 일상의 대화나 설거지처럼 아주 평범한 순간에도 연습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산만함을 매일 연습하고 있다

    여기서 저는 한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중을 못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매일 산만함을 너무 많이 연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스마트폰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됩니다. 메시지가 오면 확인합니다. SNS를 보다가 다른 게시물을 누릅니다. 영상을 보다가 알림이 오면 또 다른 앱으로 이동합니다. 몇 초, 몇 분마다 주의를 옮기는 일을 하루에도 수십 번, 수백 번 반복합니다.

    그렇게 살면서 정작 책상 앞에서는 갑자기 한 가지 일에 30분 동안 집중하기를 기대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을 탓하는 일이 아니라 어쩌면 반대 방향의 연습일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여러 미디어를 동시에 사용하는 사람들의 주의 조절을 조사한 스탠퍼드 연구에서는, 미디어 멀티태스킹이 많은 집단이 관련 없는 정보를 걸러내거나 과제 사이를 전환하는 일부 인지 과제에서 더 낮은 수행을 보였습니다.

    다만 이것만으로 멀티태스킹을 하면 뇌가 망가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연구가 보여주는 것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주의를 계속 전환하는 데 비용이 있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집중하세요”라는 말보다 필요한 것

    우리는 어릴 때부터 수없이 들었습니다. “집중해.” 그런데 정작 집중하는 방법을 배운 기억은 많지 않습니다.

    이 부분이 이 책의 장점입니다. 단다파니에게 집중은 타고난 성격이 아니라 연습하는 기술입니다. 거창한 명상부터 시작할 필요도 없습니다.

    누군가와 이야기할 때 그 사람의 말을 끝까지 듣는 것. 밥을 먹을 때 잠깐 스마트폰을 내려놓는 것. 한 가지 일을 하는 동안 다른 창을 열지 않는 것. 그리고 생각이 다른 곳으로 갔다는 것을 발견하면 다시 돌아오는 것.

    중요한 것은 한 번도 흐트러지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흐트러졌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다시 돌아오는 것. 바로 그 순간이 훈련입니다.

    어디에 인식을 둘 것인가

    책에는 반복해서 등장하는 문장이 있습니다. 인식이 가는 곳으로 에너지가 흐른다.

    이 문장을 꼭 신비한 에너지 법칙으로 이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현실적으로 바꿔봐도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내가 무엇을 계속 바라보느냐에 따라 생각하는 시간이 달라지고, 생각하는 것이 달라지면 선택과 행동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게 들었던 기분 나쁜 말을 하루 종일 떠올렸다고 해봅시다. 그 사건은 10초였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내가 그 일을 열 번, 스무 번 다시 생각한다면 그 사건은 내 하루에서 훨씬 큰 자리를 차지하게 됩니다.

    반대로 내가 배우고 싶은 것에 매일 20분씩 주의를 준다면, 처음에는 아무 변화가 없어 보여도 몇 달 뒤에는 상당한 시간이 쌓입니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이것인지도 모릅니다.

    “나는 오늘 무엇에 내 주의를 주고 있는가?”

     

    내 주의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돌아보고 그 방향을 다시 선택

    좁게 산다는 것은 세상을 좁히는 것이 아니다

    처음에는 ‘좁고 깊게 산다’는 제목이 조금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많은 것을 경험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정보를 아는 것이 더 좋은 삶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여기에서 말하는 좁음은 가능성을 닫는다는 의미와 조금 다르게 다가옵니다. 중요하지 않은 것에 끊임없이 나를 흩어놓지 않는 것.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있을 때 그 사람에게 있고, 일할 때 그 일에 있고, 쉴 때는 쉬고, 지금 내 앞에 있는 삶을 실제로 경험하는 것입니다.

    단다파니가 말하는 집중의 궁극적인 목적도 단순히 생산성을 높이는 데 있지 않습니다. 저자는 집중을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과 경험과 목표에 온전히 자신을 내어줄 수 있게 하는 도구라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저는 집중에 대한 질문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까?”보다 먼저, “내게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나는 실제로 그것에 내 시간을 주고 있는가?”를 묻게 됩니다.

    내 삶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

    우리가 가진 시간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하루 동안 무엇을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는지도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가끔 가장 귀한 것을 가장 중요하지 않은 곳에 사용합니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고, 이미 끝난 대화를 반복해서 떠올리고, 나와 상관없는 사람들의 삶을 한참 들여다봅니다. 그러고는 정작 사랑하는 사람이 내 앞에서 이야기할 때 반쯤 듣습니다.

    어쩌면 깊게 산다는 것은 거창한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는 것.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하는 것. 내가 선택하지 않은 곳으로 생각이 흘러갔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 그리고 다시 돌아오는 것입니다.

    완벽하게 집중하지 못했다고 자신을 몰아붙일 필요도 없습니다. 실수 이후 자신을 좀 더 연민 있게 대하는 것이 오히려 자기개선 동기를 높일 수 있다는 실험 연구도 있습니다.

    그러니 생각이 또 멀리 갔다면, “나는 왜 이렇게 집중을 못하지?”라고 말하기보다 이렇게 물어보면 어떨까요.

    “아, 또 다른 곳으로 갔구나.
    그럼 나는 지금 어디로 돌아가고 싶은가?”

    멀리 흘러갔던 주의를 다시 지금 이 순간으로 가져오는 모습 · Thinking Body Illustration

    이 질문에는 자책보다 선택이 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집중이란 한 번도 흔들리지 않는 능력이 아니라, 내가 중요하다고 선택한 곳으로 계속 돌아오는 능력인지도 모릅니다.

    오늘 하루 내가 가장 많이 바라본 것은 무엇이었나요. 그리고 그것은 정말 내 시간과 마음을 줄 만큼 중요한 것이었나요.

    3줄 정리

    1. 집중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산만함을 오래 연습해 왔을 수 있습니다.
    2. 마음과 인식을 구분하면 ‘나는 화가 났다’가 ‘내 인식이 지금 분노에 머물러 있다’로 바뀌고, 그 사이에 선택할 거리가 생깁니다.
    3. 집중은 흔들리지 않는 능력이 아니라 중요하다고 선택한 곳으로 계속 돌아오는 능력입니다.

    ※ 이 글은 책과 심리학 연구를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정보이며, 의학적 진단이나 심리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본문의 스트레칭 일러스트는 내용의 흐름을 몸의 감각과 연결하기 위한 것으로, 통증이나 질환이 있다면 무리하지 마시고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참고자료
    Dandapani. The Power of Unwavering Focus. 국내 출간명 《좁고 깊게 산다는 것에 관하여》.
    Ophir, E., Nass, C., & Wagner, A. D. (2009). Cognitive control in media multitaskers. PNAS, 106(37), 15583–15587.
    Breines, J. G., & Chen, S. (2012). Self-compassion increases self-improvement motivation.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38(9), 1133–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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